‘위태로운(precarious)’이라는 할 포스터(Hal Foster)의 표현은 오늘날 청년 세대가 딛고 선 삶의 기반을 설명하는 가장 정확한 단어가 되었다. 전북도립미술관의 올해 <전북청년> 선정 작가 박경덕과 이올은 1989년 이후, 더 이상 자본주의 외의 다른 세계를 상상하기 어려운 ‘동시대’ 속에서 태어나고 자란 세대다.
이들은 태어날 때부터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모호한 디지털 세계를 자연스럽게 체득했고, 성인이 되어 ‘평평하게 연결된 세계’라는 신자유주의적 약속이 결국 환상임을 깨달았음에도 그 세계에서 벗어날 수 없는 구조 속에 놓인 이들이기도 하다. 기성세대의 질서에 완전히 편입되지도, 단호히 거부하지도 못하는 이들에게 ‘세계의 실패’와 ‘자신의 실패’는 점점 구분 불가능한 감각으로 다가온다.
이러한 위태로움이 보편적 삶의 조건이 된 시대에, 박경덕과 이올은 각자의 방식으로 자신이 선 세계를 마주한다. 박경덕은 스스로의 영역을 보호하기 위해 경계를 설정하고, ‘멀티버스(multiverse)’라는 이름을 빌린 금속의 세계를 구축한다. 차가운 금속 키네틱 식물들로 이루어진 그의 공간은 불확실한 현실과 달리 정교하게 통제되는 질서로 작동하는 단단한 세계다.
반면 이올은 세대를 거쳐 전승되는 ‘의례(儀禮)’ 구조를 탐구한다. 그는 가부장적 질서가 오히려 모계를 통해 전승되는 역설적 경험 속에서, 급진적 비판이나 단절을 택하기보다 먼저 그 이야기 안으로 들어가 기록하려 한다. 그의 작업 속 ‘피로 이어진 공동체—혈육(血肉)’은 억압의 잔재이면서도, 동시에 위태로운 현재를 붙잡아주는 과거의 뿌리일지도 모른다.
| 주최자정보 | 전북도립미술관 |
|---|---|
| 행사시작일 | 2025.11.14 |
| 행사종료일 | 2026.02.22 |
| 행사장소 | 전북도립미술관 본관 5전시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