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생애가 멀리 멀리 흘러갈지라도 자기 존재의 근원지를 떠올릴 때면 까닭도 없이 핏줄이 저린다. 작가 최명희(1947-1998). 고단한 삶의 여울, 징검다리 둥지와 같았던 전주의 집들은 지금 깡그리 사라졌지만, 최명희문학관은 생가(生家) 가까운 자리에서 작가가 살아온 기억의 마디마디를 역력히 담고 있다. 문학관은 세상을 떠난 작가가 이 세상에 다시 살러 온 집이기 때문이다. 최명희문학관은 진달래와 철쭉이 차례로 피던 2006년 봄, 그가 나고 자란 전주한옥마을에 세워졌다. 작가가 그토록 귀히 여겼던 경기전과 전동성당, 오목대와 이목대가 있는 곳이다. 아늑한 마당과 소담스런 공원이 있는 문학관은 주 전시관인 독락재(獨樂齋)와 강연장·기획전시장인 비시동락지실(非時同樂之室)로 이뤄졌다. “독락”이란 당호는 홀로 자신과 대면하기를 두려워하지 않고 오히려 그것을 즐기는 경지에서 이룩한 문학의 높은 정신을 기리는 의미다. “비시동락”은 말 그대로 따로 때를 정하지 않고 노소동락(老少同樂), 교학상전(敎學相傳)의 만남이 이루어지는 공간이다. 최명희와 전주, 문학과 전주, 문화와 전주가 만나는 자리들로 이곳은 늘 부산하다. 작가를 중심으로 구성한 전주의 문학관은, ‘내 마음의 전주에 그 옛날의 고향 하나를 오밀조밀 정답게 복원해 보고 싶’어 했던 작가의 세세한 삶의 흔적과 치열했던 문학 혼을 엿볼 수 있으며, 고향에 대한 애정까지 확인할 수 있다. 전시관에 들어서면 작가의 원고와 지인들에게 보낸 엽서·편지들을 비롯해 『혼불』이나 생전의 인터뷰·문학강연 등에서 추려낸 말들로 이뤄진 동영상과 각종 패널을 만날 수 있다. 한 줄 한 줄 눈이 따르면 곧 마음이 동한다. 최명희는 아름다운 조각품을 볼 때, 그 아름다운 조각품이 태어나기 위해 떨어져나간 돌이나 쇠의 아름답고 숭고한 희생을 우러르며 가슴 아파했고, 흐드러지게 피어 아름다운 동백꽃만큼 그 둥치에 낀 이끼의 생명력을 소중히 여겼다. 문학관 운영은 이러한 그의 마음에서 시작된다. 시민과 함께 연구하고 학습하며 감동을 주고받는 도시형·시민밀착형 문학관, 사당처럼 적막한 곳이 아니라 문학강연·토론회·세미나·문학기행 등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통해 생생하게 살아서 뜀박질하는 문학 생산의 거점이며, 단순히 한 개인의 기념관이 아니라, 살아 숨 쉬는 문학관, 민족혼이 춤추는 문학관으로 재현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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