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장산 깊은 숲길을 따라가다 보면, 마치 섬처럼 홀로 솟은 거대한 바위를 만난다. 사람들은 그 존재를 ‘섬바위’라 부른다. 오랜 세월 바람과 비가 깎아낸 바위는 시간의 결을 품고 있으며, 햇살이 닿는 순간마다 색이 바뀐다. 이른 아침이면 희미한 안개가 바위를 감싸고, 낮에는 숲의 초록빛이 표면을 덮는다. 가까이 다가가면 거친 표면 사이로 이끼가 자라 있고, 그 틈에서 흙냄새와 물기 어린 바람이 함께 느껴진다. 인공의 손길 없이도 완성된 풍경, 그것이 섬바위의 매력이다.
섬바위를 둘러싼 숲은 늘 조용하다. 새소리조차 멀리서만 들리고, 바람이 바위를 스치며 낮은 울림을 낸다. 그 앞에 서면 말이 사라지고, 오직 자연의 숨결만이 공간을 채운다. 누군가는 그 자리에 앉아 하늘을 바라보고, 누군가는 아무 말 없이 사진 한 장을 남긴다. 섬바위는 누구에게나 다른 풍경으로 다가온다. 어떤 이에게는 고요한 명상이고, 또 다른 이에게는 자연의 예술이다. 운장산이 품은 이 바위는 세월이 만든 조각이며, 진안의 산이 사람에게 들려주는 가장 순수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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