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의 풍류와 운치가 머무는 누정
전주 한벽당은 전북특별자치도문화재자료 제15호로, 조선 중기의 문인 송덕봉이 벼슬을 버리고 전주천변 절벽 위에 세운 누정이다. ‘한벽(寒碧)’이란 이름은 푸른 절벽빛이 물에 비친 모습이 한 폭의 그림 같다 하여 붙여졌다. 예로부터 완산팔경 중에서도 가장 빼어난 경관으로 꼽히며, ‘전주 8경(全州八景)’의 제1경으로 알려져 있다. 정자 아래로는 전주천이 유유히 흐르고 맞은편에는 오목대와 이목대가 마주 선다. 시인과 묵객이 풍류를 즐기며 시를 읊던 장소로, 『전주팔경가』에는 “한벽청연(寒碧靑煙)”이라 노래될 만큼 전주의 상징으로 전해진다. 봄이면 매화와 벚꽃이 흐드러지고, 가을이면 단풍과 물안개가 어우러져 옛 선비들의 풍류를 떠올리게 한다.
전주천과 어우러진 최고의 전망 포인트
정자에 오르면 완산구 일대가 한눈에 펼쳐지고, 저녁노을이 천천히 전주천 위를 물들인다. 해질녘 붉은 빛이 절벽과 기와지붕을 감싸며 한옥마을의 풍경과 맞닿는 순간, 전주의 시간은 잠시 멈춘 듯 고요하다. 인근에는 한벽문화관, 전주천 산책로, 교동미술관, 향교길이 이어져 역사와 예술이 자연스럽게 스며든다. 한벽당은 단순한 정자가 아니라 천년 전주의 미학과 풍류정신이 살아 숨 쉬는 상징적인 장소이다. 세월이 깃든 기둥 사이로 스며드는 바람 속에서, 전주가 품은 고유한 운치와 고즈넉한 시간을 느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