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를 찾아 나선 여행
한 해를 뒤로하고 새로운 해를 맞이한다. 훌쩍 지나버린 시간을 정리하고 희망찬 계획을 마음에 아로새기고 싶었다.
나 자신과의 다짐을 광활한 태양 앞에서 할 것이다. 비가 내리나 눈이 오나 묵묵히 제 할 일을 해내는 자연 앞에서 말이다. 일출 예정시간(7시 43분)에 맞추기 위해 시간을 넉넉히 잡고 운전대를 잡았다.
오전 7시 10분, 변산을 지나 모항해수욕장 일출 전망대에 다다랐다.
냉기를 가득 머금은 칼바람이 온몸으로 파고든다. 어둠과 추위 속에서 발을 동동 구르며 해를 기다린지 어언 30여 분이 지났다.
저 멀리 바다의 검푸른색이 노란색으로 물들기 시작한다. 그 노란빛이 곧 주황빛으로 바다와 하늘을 물들인다. 어느샌가 눈이 부실 정도로 강렬한 붉은 덩어리가 바다 위로 올랐다. 일출을 기다린 이들은 약속이나 한 듯 감탄한다.
새롭다. 하루의 시작을 알리는 해돋이를 보노라니 가슴이 벅차오른다.
오늘 하루, 아니 올해엔 어떠한 일이 나를 기다릴까. 나는 어떠한 일을 할까. 올해 다짐하고 계획한 것들을 머리에 되뇌며 점점 높이 오르는 해를 바라본다.
캄캄한 어둠은 해돋이 장관을 더욱 찬란하게 하는 연출이었나 보다.
마찬가지로 시린 발을 동동 구르며 기다린 모항의 일출에 마음을 빼앗겼다. 그새 붉은 기운은 사라지고 눈앞에 펼쳐진 것은 푸른 바다와 저 하늘 높이 뜬 아침 해다. 겨울 모항해수욕장에서 바라본 여명부터 동틀 때까지 그 과정이 우리네 삶과 닮았다.
극락으로 안내하는 꽃살문
주변 식당에서 해장국으로 가볍게 아침 식사를 마쳤다. 그리고 '다시 살아서 돌아온다'는 뜻을 지닌 내소사(來蘇寺)로 발걸음을 향했다. 연속되는 삶과 죽음 속에서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생명체는 살아있기를 소망한다. 생명의 계절, 봄을 맞이하고 겨울을 잘 보내기를 바라면서 내소사를 바라본다.
내소사는 변산반도 능가산 관음봉 아래에 터를 잡았다. 바닷가에 있으면서도 산줄기가 사찰을 감싸 안아 첩첩 심중의 절처럼 안온하다.
일주문에서 천왕문까지 펼쳐진 전나무 숲길은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에 뽑힐 만큼 멋스럽고 예스럽다. 숲길이 조성된지 150여 년이 훌쩍 지났지만 전나무들은 제자리를 지키고 있다. 전나무 특유의 맑은 향을 맡으니 마음이 편안해진다. 경내에 다다르기까지 마음을 가다듬어 본다. 하늘로 곧게 뻗은 나무들 위에 하얀 눈이 군데군데 놓였다. 겨울이지만 자연의 조화가 따뜻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내소사 현판은 대웅보전 현판과 함께 조선 후기 서화가 이광사의 서체다. 글씨는 고불고불 미끈하면서 획이 거침없고 힘차다. 대웅보전 현판 아래 그 유명한 꽃살문이 있다.
현존하는 사찰의 꽃살문 가운데 가장 오래되고 최고의 걸작으로 알려진 내소사 꽃살문, 대웅보전에는 8개의 문짝이 있는데 법당을 향해 3번째, 6번째 문에 눈길이 간다. 연유인즉슨, 연꽃무늬가 새겨져 있는데 그 아래에 꽃봉오리 10여 개가 있고 그 위로 활짝 핀 꽃들이 연꽃을 에워쌌다. 활짝 핀 꽃들이 연속으로 장식된 일반 꽃살문과는 다르다.
겸허한 돌들의 향연
사찰에서 격포항으로 향했다. 격포로 가는 해안도로는 바다를 더 가까이 볼 수 있도록 해안선을 따라 길이 잘 닦였다. 또 마음에 드는 곳에 차를 잠시 멈추고 쉬어가기에도 좋다.
'바람모퉁이'라고 불리는 해안을 돌아나가면 변산반도 서쪽 끝에 걸린 채석강이 모습을 드러낸다. 오랜 시간 파도를 맞이하며 만들어진 바위산이 눈에 들어온다. 바위산은 마치 박석을 켜켜이 쌓아올린 듯하다. 태양 빛을 받은 채석강의 풍광은 더할 나위 없이 신비롭다. 이름 그대로 다채로운 빛과 모양을 뿜어내는 채석강(彩石江)이다.
채석강은 서해가 호수였던 약 7천만 년 전, 중생대 백악기에 형성된 퇴적층이 파도에 깎이면서 이뤄진 해안 절벽이다. 썰물 때면 채석강의 너른 갯바위를 거닐며 파도가 뚫어놓은 해식동굴에 들어갈 수 있다. 동굴에서 물결치는 바다를 바라보며 우두커니 서서 온몸으로 파도를 맞는 바위가 되어 겨울 감상에 젖어든다.
당나라 이태백이 달빛이 아름다운 밤에 뱃놀이하며 술을 즐기던 중 강물에 떠 있는 달을 잡으로 뛰어들었다가 삶을 마감했다는 중국의 채석강을 닮은 변산 채석강은 바다의 수석 전시장이다.
솔섬 너머로 지는 붉은빛 해넘이는 황홀하다. 외벽산 어느 곳에서나 일몰을 볼 수 있지만 솔섬의 낙조가 가장 아름답다. 지는 겨울 해를 바라보며 마음에 안식이 찾아온다. 뜨는 해와 그 느낌이 사뭇 다르다.
서해안의 진주라 불리는 변산반도. 해넘이로 이미 이름을 알렸지만 이곳에서 바라본 해돋이 역시 신비롭다. 새해에는 나도 뜨는 해처럼 힘차게 솟아보리라! 변산반도의 아름다움을 마음에 담고 힘찬 각오와 함께 새로운 시작을 다짐한다.
Tip변산반도 국립공원 가는 길
서울(소요시간 4시간 10분)
센트럴(호남)터미널, 동서울터미널 ,남부터미널-> 부안터미널
부안군내버스 100번, 200번, 213번 격포 해수욕장 하차
서울(소요시간 3시간 50분)
1. 서울 -> 서해안고속도로(목포방면) ->부안IC -> 국도 30호선(격포방면) ->격포분소
2. 서울 -> 경부고속도로(부산방면) -> 천안분기점 -> 천안논산민자고속도로(논산방면) -> 논산분기점 -> 호남고속도로(전주방면) -> 서전주 IC -> 지방도 716호선(김제방면) -> 국도 23호선(부안방면) -> 국도 30호선(격포방면) -> 격포분소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면 변산로 2070 (대항리 415-24)
국립공원관리공단 변산반도사무소 063-582-78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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